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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넘어 경제·미래로 더 다져지는 한미동맹” 본문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 경제안보팀장 인터뷰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대응하고 집중 육성할 것인가, 즉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세계경제 패러다임(체계)과 글로벌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기존의 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틀에서 2022년과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5월 25일 <공감>과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안보·경제동맹으로 대표되는 뉴노멀(새 기준) 전환 과정에 대해 “문제의 본질은 기술·산업 경쟁”이라며 우리가 이 도전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우리가 한발 앞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한발 앞서 신기술·신산업 역량을 키워 미중 역학관계 안에서 우리가 양국으로부터 다 조명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양국이 다 우리를 원하는 쪽으로 우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원호 팀장은 우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부 출범 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세부적인 것까지 논의하지 못했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기존 군사안보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고 특히 우주개발이나 원자력 협력 등에서 우리가 얻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5월 21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양국간 공급망·첨단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산업 대화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공급망 재편 등 세계경제 패러다임 대전환
요즘 정치·경제·안보 등 여러 쟁점이 서로 연계되면서 국제 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포스트 코로나에 접어들면서 이제 코로나19 등이 복합적으로 촉발하고 있는 전환 과정의 도전에 직면했다.
이번에 미국·일본·인도·한국·호주 등을 중심으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연 팀장은 “이 경제안보 협력체의 출범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그만큼 공급망 재편 등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주의 질서는 예전과 그 의미가 다르다. 모두를 아우르는 자유주의 질서가 아니라 마음이 맞는 국가들만 함께하는 블록화된 질서를 의미한다”며 “예전의 자유무역체제는 세계무역기구(WTO)처럼 전 세계가 다 같이 다자주의 무역을 하는 시스템(체제)인데 반해 이번 IPEF 같은 지정학적 경제·산업블록은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끼리 통상·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기 이전 세계경제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보다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개념을 토대로 세계경제를 주로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세계경제를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은 글로벌 가치사슬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이다.” 공급망 개념과 성격에 대한 정의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얘기다.
가치사슬은 근본적으로 경제적 개념이고 공급망은 정책적 개념이다. 그는 “‘가치사슬’이 제품 생산에서 공정별로 누가 얼마만큼 부가가치를 가져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급망’은 제품을 차질 없이 생산해 소비자에게 제때 원하는 만큼 공급하는지 제품 생산의 전체적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며 “가치사슬에서는 이득을 취하려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목표지만 공급망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정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경제적 비효율성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경쟁의 가장 큰 교훈은 기존엔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높은 위상의 영유를 목표로 끊임없이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설계·개발을 특화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는 등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백악관의 2021년 6월 ‘공급망 100일 조사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해온 것을 반성하고 비교우위에 입각한 철저한 분업화가 오히려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국면을 맞이해서는 공급망상의 리스크(위험)로 작용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상의 의존과 그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가 지금 조 바이든 행정부 안에 팽배해 있다.”
공급망 100일 조사 보고서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희소금속·의약품에 걸쳐 ‘밸류체인(가치사슬)’은 17번, 반면에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은 무려 700번 넘게 언급돼 있다고 한다.
공급망 재편은 해외시장 진출 확대 기회
“미소 냉전이 끝나면서 1990년대 이후 거대한 세계화 조류 속에 모든 국가는 분업화를 통해 공동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그런데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미국으로서는 ‘중국 위험’이 신경 쓰이고 코로나19 사태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 중국이 자국 생산 의약품과 마스크 수출을 전면 중단 조처하면서 미국은 큰 고생을 했다. 중국은 최근 상하이와 같은 메가시티(특화 도시)마저 봉쇄하며 공급망 교란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가에 생산·공급을 의존하면 쉽게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연 팀장은 “공급망 재편은 우리에게 해외시장·투자 진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주도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일어나면서 유럽에서도 우리 기업에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싼 제품을 사 오면 됐으나 이제는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조달이 안정적이고 불확실성이 적은 편을 선택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각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활용하고 첨단기술 발전과 기후변화 등으로 변화하는 미래 수요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이 중요하다. 세계경제는 대변혁의 변곡점에 들어선 느낌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신속하고 치밀한 새 전략 구축이 요구되는 때다.”
조계완 <한겨레> 기자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oOQNsYDDGJ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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