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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통
“복지관에 다시 오니 날아갈 듯 우리에게 이곳은 천국 같은 곳” 본문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어르신들이 댄스스포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어르신 시설 속속 운영 재개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거리두기를 하면서 바깥 활동을 줄이고 만남을 자제했지만 하루 24시간 집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학교에 다녔고 중장년층은 사회 활동과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사회 활동이 없었던 어르신들은 하루 24시간 집 이외에는 갈 곳이 없었고 빨리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라며 갑갑함을 견뎠다.
보건복지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운영이 전면 중단됐던 경로당과 노인복지관(복지관)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에 대해 4월 25일부터 3차 예방접종자를 대상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정상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그동안 답답함을 호소하던 어르신들에게도 그리웠던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복지관과 경로당 등 각 지역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이 속속 운영 재개에 나선 가운데 오랜만에 복지관을 방문해 친구들도 만나고 다양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어르신들의 즐겁고 활기찬 현장을 방문했다.
▶바둑 삼매경에 빠진 어르신들
“집에만 있으니까 몸이 더 아팠다”
4월 말의 화창한 봄날,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신나는 음악 소리와 활기찬 웃음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원 투 스리 포~! 돌고! 다시 원 투 스리 포!” 2층에 위치한 대강당의 문을 살짝 열었더니 20여 명의 어르신이 화려한 댄스 의상을 입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댄스스포츠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맞춰보기 때문에 스텝과 자세가 기억나지 않아 실수가 잇따랐지만 그럼에도 어르신들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복지관을 다시 찾은 어르신들은 그동안 이곳이 무척 그리웠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못 나오니까 답답해 죽을 뻔했어요. 20년 가까이 매일 다니던 곳을 2년 넘게 못 가니까 몸이 더 아팠어요. 2년 2개월 만에 복지관에 다시 오니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우리에게 복지관은 천국이나 다름없거든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사는 김기자(79) 씨는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을 19년째 다니고 있다. 노인복지관에 등록 가능한 나이인 만 60세부터 지금까지 매일 이곳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처음에는 집 근처 가까운 곳에 노인들을 위한 좋은 시설이 있다고 해서 우연히 들렀는데 막상 시설을 둘러보니 이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건강·문화·교육 프로그램이 매일 다르게 운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노인에게는 모든 프로그램이 전액 무료였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 에어로빅, 스포츠댄스, 한국무용, 전통리듬체조 같은 운동을 배우러 다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악기와 노래도 배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합창반에 들어가서 활동하고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배워 시니어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동했었어요. 하루하루가 즐겁고 재미있어서 20년 가까이 이곳을 다녔죠.”
코로나19로 집에 있을 때는 삶이 우울하고 재미도 없었다. 주위 지인들도 활기를 잃고 아픈 사람이 늘어갔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김 씨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처음에는 줌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강의가 어색했지만 곧 적응돼 일본어, 악기, 전통리듬체조, 스포츠댄스 같은 수업도 비대면으로 교육받을 수 있었다.
“가끔 사람들은 노인복지관을 노인정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제대로 알고 보면 천지 차이예요. 이곳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양하고 질 좋은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친구들을 만나 재미있는 시간도 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곳을 ‘학교’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엄청 반갑더라고요.”
▶어르신들이 댄스스포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어르신들, 공공일자리로 삶의 가치 높아져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은 노원구 거주 만 65세 이상 어르신 중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공공일자리’ 지원사업을 한다. 공공일자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서류 심사를 거쳐야 하며 자격이 되는 어르신들은 월 10일, 1일 3시간 학교급식 도우미, 공공시설 지킴이, 복지환경 지킴이, 어르신 강사뱅크 강사, 실버 지킴이 등으로 활동하게 된다. 아울러 만 5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민간 취업을 지원한다.
김기자 씨 역시 공공일자리 지원을 통해 다양한 일을 했다. 20년 동안 에어로빅을 배웠던 재능을 살려 유치원에서 에어로빅 강사를 하고 복지관에서 청소를 돕는 환경 도우미도 했다.
“제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일을 하겠어요? 꼭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일을 하면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요. 게다가 한 달에 10일, 하루 3시간씩 일하면 월 27만 원의 용돈을 벌 수 있어요. 건강도 챙기고 보람도 있고 용돈까지 벌 수 있으니 1석 3조예요.”
이날 복지관에서는 공공일자리 활동을 하는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간담회 형식의 교육을 하고 있었다. 교육에 참여한 이 모(71) 씨는 “2년 전부터 학교급식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데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급식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집에만 있으면 뭐 하겠느냐.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면 기분도 좋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운동 삼아 움직이면 생활에 활력이 생겨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복지관의 다른 강의실에서는 머리가 하얀 어르신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포토샵을 배우고 있었다. 복지관은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컴퓨터 기초’, ‘포토샵과 유튜브 영상 편집’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때마침 컴퓨터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오는 어르신 한 분에게 오랜만에 복지관에 나온 소감을 물었다.
복지관에 다닌 지 4년이 됐다는 이영덕(75) 씨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으니 스트레스를 무척 많이 받았다. 이렇게 나와서 활동하는 게 백배 더 좋다”며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머리가 굳고 기억력도 감퇴한다. 단어와 숫자 같은 걸 매일 봐야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강좌를 듣는 어르신 중에서는 포토샵과 유튜브 영상 편집 능력이 뛰어난 어르신도 많았다. 컴퓨터 강좌를 듣고 있는 여든세 살의 한 어르신은 “포토샵으로 영상을 편집해 작업물이 완성되면 무척 흥미롭고 뿌듯하다. 개인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저작권 문제 때문에 많은 영상을 올리진 못하고 있다”며 “나이 때문에 배워도 금방 잊어버리지만 영상 편집이 무척 재미있다. 집에 있을 때는 답답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교육도 받으니 활기가 생긴다”고 기분 좋게 웃었다.
▶한 어르신이 컴퓨터교육실에서 진행 중인 포토샵 수업 시간에 강사의 도움을 받아 도형을 그리고 있다.
치매 안심 복지관 만들기 앞장서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정상화로 한껏 들떠 있는 건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13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세진 사회복지사는 “2년 만에 어르신들을 다시 만나서 무척 반갑고 좋다”면서 “예전처럼 많은 어르신으로 북적거리니까 복지관이 살아 있는 것 같다. 어르신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2년 동안 복지관 측은 어르신들이 집에서라도 최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비대면 수업’을 운영했다. 이를 위해 수업 영상을 찍고 편집해 송출하거나 줌 강의를 진행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냈다. 또한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식당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긴급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수제 도시락을 준비해 어르신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와 함께 복지관은 2층에 ‘스마트 시니어 플레이스’를 만들어 디지털기기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전자기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과 인지 강화에 도움이 되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도입해 치매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세진 사회복지사는 “훈련을 통해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검증이 완료된 프로그램과 장비로 어르신들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니어 디지털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통해 디지털기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어르신들을 양성하고 그들이 다시 초보자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태블릿 PC, 해피 테이블(인지 강화 훈련용, 치매 검사), 보미(인지 강화 훈련용) 등을 상시 갖춰놓고 어르신들이 아무 때나 조작해볼 수 있도록 하며 키오스크 주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키오스크 기기를 연습해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 측은 “현재 복지관 운영 프로그램이 예전처럼 100% 활성화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어르신들이 복지관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앞으로 더 많은 부분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4월 25일부터 경로당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충남 공주시 금학동 주민들이 지난 22일 경로당 청소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 한겨레
3차 예방접종 어르신
복지시설 이용 가능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유행 감소세 등을 고려해 4월 25일부터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 노인여가복지시설 운영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노인여가복지시설 이용은 3차 예방접종자에 한하며 방역수칙 준수하에 이용할 수 있다.
종사자와 외부 강사 중 3차 미접종자는 이용자 대면을 금지하고 온라인 비대면 프로그램 강의만 할 수 있다. 3차 미접종자는 온라인 비대면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고 3차 접종자라 할지라도 비교적 비말 발생이 적은 프로그램 운영을 권장한다. 방역 상황을 고려해 비말 발생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3차 접종자도 참여를 제외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순차적으로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식사는 3차 접종자만으로 구성된 경우 칸막이 또는 띄어 앉기를 지키면 가능하고 물 등 음료는 개인별 섭취가 허용된다.
경로당 운영 재개 시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를 식사 대용 품목(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떡, 도시락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단되고 불가피하게 경로당 운영 중단을 유지하는 지자체는 연간 총예산의 30% 범위 내에서만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집행이 가능하다.
주철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그동안 방역 강화 대책에 적극 협조해주신 어르신들에게 감사하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4차 예방접종에도 동참해줄 것을 바란다”며 “지자체도 경로당 등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와 안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nSo1HwDDGJ000&pageIndex=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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