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소식통

진로 교육 사각지대 없애고 모두 함께 꿈을 키우다 본문

정책공감

진로 교육 사각지대 없애고 모두 함께 꿈을 키우다

기부니좋은날 2022. 9. 21. 11:46
안녕하세요. 기부니좋은날입니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6월 14일 서울 성동구 성수스튜디오에서 권예린(가운데) 그래픽 디자이너가 김선미 수어통역사(왼쪽)와 김범준 사회자의 도움을 받아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을 촬영하고 있다. 

‘장애인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참관해보니
“비장애인이 원활하게 사용하는 누리집이나 모바일 앱을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장애가 있는 사용자가 이용할 때 어려운 점이 있는지 찾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을 유도하는 업무입니다.”
7월 8일 열린 ‘장애인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에서 정보접근성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김혜일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2022년 4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최초로 카카오의 ‘디지털 접근성 책임자(DAO)’로 선임됐다.
진로멘토링에는 특수학교·학급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대구 광명학교의 한 학생은 개발자와 정보접근성 전문가의 관계 등 깊이 있는 질문을 해 사회자를 놀라게 했다.
시각장애인 김혜일 씨는 “어릴 때 시력이 나빠져 맹학교를 가게 됐는데 전맹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컴퓨터를 어려워해 도와주다 보니 직업까지 연결됐다”고 했다.
정보접근성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학창 시절 하면 좋을 활동으로 “자신의 생활과 학업에 필요한 여러 정보기술 도구를 활용하면서 작은 것이라도 장단점을 파악하고 원인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대학을 컴퓨터 관련 학과로 진학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그는 “IT업계에 문과 출신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만 있다면 문과냐 이과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정보접근성 전문가·점역교정사 출연
6월 8일에는 프리랜서 점역교정사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한은수 씨가 진로멘토링에 나섰다. 점역교정사에 대해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해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를 점자로 변환하고 변환 과정의 오류를 확인하거나 교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그는 잔존 시력이 있어 초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았다. 지금처럼 확대도서가 제공되지 않던 시절이라 공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맹학교로 전학 가면서 “점자를 배우고 난 뒤 답답했던 문자 생활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말했다. 교과서부터 동화, 소설까지 점자로 된 책이 엄청 많았다. 한은수 씨는 “눈으로 본다고 생각했던 책을 손으로 볼 수 있도록 변환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을 그때부터 갖게 됐다”고 했다.
점역교정사는 국가공인자격증이 필요하다. 3급 자격증을 취득해 경기 남양주의 공공도서관 특수자료실에 취업한 그는 국립장애인도서관으로 이직하기 위해 2급을 땄고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근무하며 1급까지 취득했다. 학생들의 질문이 점역교정사 자격증에 집중됐다.
한 씨는 “복지관이나 직업훈련과정에 점역교정사 자격증 취득반이 있고 온라인 강의도 많기 때문에 독학으로도 충분히 자격증을 딸 수 있다”며 “학창 시절에 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점역교정 직종에 도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때 점자도서관에서 녹음 봉사활동을 하며 도서관 업무를 많이 배웠다며 도서관, 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추천했다.
직업의 장점에 대해서는 “시각장애인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점역교정사로 경력이 쌓이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며 “다양한 곳에서 점역교정 관련 업무를 의뢰받고 점자 관련 강의나 장애인식개선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자세가 나빠질 수 있고 점자를 손으로 읽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어깨와 손목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최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간단한 점역이 가능해졌는데 점역교정사가 전망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컴퓨터 점역이 아직 100%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점역교정사의 손이 필요하고 수학이나 음악 등 기호와 표가 많은 책을 컴퓨터로 점역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전망이 있다”고 답했다.


▶6월 13일 서울 성동구 성수스튜디오에서 장아영(왼쪽) 도서관 사무원이 신진언 사회자와 함께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을 촬영하고 있다.│교육부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소통’
원격영상으로 진행되는 진로멘토링에는 장애의 형태에 따라 수어통역사, 속기사 등이 쌍방향 소통을 지원했다. 6월 14일 청각장애인 권예린 씨의 진로멘토링에는 수어통역사가 함께 영상에 출연해 통역했고 채팅창에는 속기사가 답변 내용을 문자로 옮겼다.
대학내일 기획혁신센터 그래픽디자이너인 권예린 씨는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소통(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그래픽디자이너는 자신의 작업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주관대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와 달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직업입니다.”
입사 초기에는 말하기 망설여져 의견을 잘 내지 않는 편이었다는 그는 마케팅 담당 직원과 소통이 잘못돼 결과물을 전면 수정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작업 전 방향이 맞는지 미리 확인하지 않았고 중간 과정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겪은 뒤 “자세를 고쳐 아무 말이라도 해보려고 한다”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6월 13일 진로멘토링에 나선 지적장애인 장아영 씨도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숙명여대 도서관에서 사서 보조로 근무하는 그는 “사서라고 하면 조용히 책만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도서관에 온 사람들에게 책을 찾아주거나 주의를 시키는 등 어느 정도의 서비스 업무가 요구된다”며 “아직 사회성이 미흡해 새로운 사람들을 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아영 씨는 “저도 낯을 많이 가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함께 교육받던 동료 언니의 도움으로 다른 직원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을 묻는 전주 서화고 학생의 질문에 “책을 못 찾는 분을 도와주고 난 뒤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6월 8일 한은수(영상 왼쪽) 점역교정사가 직업의 장단점에 대해 신진언 사회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7월 8일 오후 열린 ‘장애인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에서 접근성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민준호 사회자(오른쪽)의 질문에 김혜일 ‘디지털 접근성 책임자’가 대답하고 있다.


▶7월 11일 한기명(오른쪽) 코미디언이 배우와 코미디언 활동을 위해 배운 마술을 박은영 사회자와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원격영상 갈무리

선입견에 장애 개그로 ‘들이대’
7월 11일에는 뇌병변장애인으로 살면서 겪는 일화와 생각을 개그로 엮어 관객과 소통하는 코미디언 한기명 씨가 진로멘토링에 나섰다.
2015년 장애인 연극배우 모집에 1등으로 합격해 연극배우가 된 한기명 씨는 2017년 말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모집에 도전해 국내 최초로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됐다. 현재 유튜브에서 ‘뻔장코(뻔뻔한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로 활동하는 그는 입담과 ‘들이대’ 정신만 있으면 누구나 코미디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일곱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뒤 식물인간으로 6개월을 보낸 한기명 씨가 의식을 회복하고 처음 본 방송이 개그 프로그램이었다. 자신도 사람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고 싶다고 생각한 그는 “학창 시절, 장애로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하고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그냥 들이댔다”고 말했다.
장애인으로 일상생활에서 겪는 경험을 개그 소재로 다루다 보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관객도 있다. 심지어 장애 개그가 불편하다는 관객에게 한기명 씨는 “제 몸이 더 불편해요”라고 받아치며 비장애인의 편견과 선입견에 들이댄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제가 도전할 때 ‘너는 한 손밖에 사용을 못 하니까 그건 안 될 거야’라고 이야기한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장애를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했고 연극, 코미디, 마술, 강연에 지금은 축구까지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후배 여러분,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지 않고 수용해도 됩니다.”

원낙연 기자

20개 직종 장애인 근로자 37명
11월까지 35차례 진로 멘토링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사업은 장애학생들의 진로탐색 기회를 늘리고 직업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교육부가 2020년부터 시작했다.
다양한 직업 분야에 종사하는 장애인 근로자로 구성된 멘토단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특수학교·학급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학교의 지리적 여건 등에 구애받지 않고 진로탐색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2020년에는 1개 직종 36학급을 대상으로 시행했고 2021년에는 20개 직종 711학급으로 늘렸다. 2022년에는 문화·예술·체육·교직·서비스·정보기술(IT) 등 20개 직종에 종사하는 시각·청각·지체·발달 등 네 가지 장애 유형의 장애인 근로자 37명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멘토단은 40%(14명)가 발달장애인으로 채워진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직장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멘토링 수업을 맡는다.
멘토단은 11월 25일까지 35차례에 걸쳐 온라인 멘토링을 통해 진로·진학 정보와 상담을 제공한다. 교육부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멘토의 장애 유형에 따라 지원 인력, 수어통역사, 속기사 등을 지원한다.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에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수업 2시간 전까지 누리집(mentoring.career.go.kr)에서 학급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rmrG18DDGJ000&pageIndex=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