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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공감

“안정적 활동과 수입 보장하는 지자체 단위의 예술단 설립 필요”

기부니좋은날 2022. 9. 7. 11:47
안녕하세요. 기부니좋은날입니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휠체어 안무가 김용우 씨와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고아라 씨가 8월 23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한 뒤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예술인
김용우·고아라 대담

<성공의 법칙>을 쓴 맥스웰 몰츠는 “극복할 장애와 성취할 목표가 없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진정한 만족이나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일생 동안 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는 과정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반면 장애인은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장애예술인의 경우 독자적인 전문예술인으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예술적 끼와 재능을 갖고 있어도 부모 등 주변의 헌신 없이는 교육은 물론 활동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석열정부는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장애예술 활성화를 내걸고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을 약속했다. 용산 대통령실 1층과 집무실에 발달장애인예술가가 그린 작품을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장애예술 활성화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방증이다.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활동 기회를 늘리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휠체어댄스스포츠 국가대표 1호이자 우승자 김용우(51) 한국장애인무용협회 회장,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는 주제로 꽃이 움트는 과정을 표현해 큰 감동을 안겨줬던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고아라(34) 씨와 ‘장애예술 활성화’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문화예술계 전반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떻게 지냈나?
=(김용우, 이하 김) 예술 활동이 전면 중단됐듯 장애인 공연예술계도 마찬가지다. 공연 무대뿐만 아니라 대외 활동도 많이 줄었다. 아이러니한 건 장애예술인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주변 예술가들이 “이전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건 마찬가지여서 상대적 발탈감이 덜하다”라고 자조 섞인 말투로 얘기할 때 씁쓸하다. 창작·연습 공간이 없고 설 무대가 없는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고아라, 이하 고)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멈췄다. 내 주위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장애인 문화예술계 지원 및 육성 정책의 미비점과 보완점을 몸소 느꼈을 것 같은데?
=(김) 장애예술인 공연은 기본적으로 관객 유치가 힘들다. 널리 홍보해도 지극히 제한적인데 그 토대조차 코로나19 대유행 2년을 겪으며 완전히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예술인이라면 겸업을 할 수도 있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예술인은 할 수 있는 게 예술밖에 없어 더 힘들었다.
장애예술인은 유튜브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몸이 불편하다 보니 컴퓨터를 배우는 일도 다루는 일도 수월하지 않다. 장애예술인이 오롯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 무용계의 경우 프로 무용단이나 단체에 들어가도 30대 중후반이면 은퇴한다. 이후 프리랜서로 활약하는 무용가들이 대부분이다. 그조차도 장애인에게는 문턱이 높다. 내 경우 발레학원 취업조차 청각장애 때문에 좌절되는 등 안정적인 고용 체계 안에 편입되는 게 쉽지 않다. 장애인도 전업 무용가로 활동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과 활동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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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차원에서 장애인 예술단 꾸려야”
-장애인이 활동하는 예술공연단이 얼마나 되나?
=(김) 전문 장애인 공연단은 생각보다 적다. 한빛예술단처럼 오랜 시간 활동한 단체도 있긴 하다. 한빛맹학교 학생과 졸업생들이 주축인데 학교라는 기반 안에서 성장·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특수한 사례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만들어지는 예술공연단은 재정·공간 등 여러 사정으로 자생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예술공연단 발굴과 육성, 지원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지자체 소속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은 있지만 장애인만으로 꾸려진 예술단은 많지 않다.
=(고) 사설 장애예술인 단체도 거의 없다. 운 좋게 공연하는 경우라고 해도 대부분 해당 공연 1건에 대한 지원금만 받는 형태인데 그 기회조차 쉽게 열리지 않는다.

-2020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나?
=(김) 해당 법령이 제정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뿐만 아니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정은혜 작가가 출연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비장애인이 장애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직접 해당 역할을 맡는 등 정부와 공영방송이 장애인을 더 많이 캐스팅했으면 한다. 공영방송 노출이야말로 장애예술인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고) 법률 제정 이후 공연예술단, 공연단과 관련한 지원금이 계속 생기고 있다. 2022년부터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했는데 법령에 따라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장애예술인의 목소리가 반영된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이 하루속히 제·개정되기를 바란다.

-장애인과 달리 장애예술인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김) 춤을 춘 20년 사이 인식도 많이 바뀌고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공연 작품이나 활동도 많아졌고 정부의 정책도 조금씩 발전했다. 그럼에도 장애예술인이 전문예술인으로 인정받는 상황은 아니다. 이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예술품을 구입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전문예술인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처럼 좋은 무대에 공연을 올리고 싶다.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티켓도 팔고 싶지만 대관료가 비싸고 대관도 어렵다. 매해 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에서만 하다 보니 창작과 무대 설치, 홍보에 한계가 있다. 장애예술인이 전문예술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고) 무용 분야만 해도 창작 공간과 대관료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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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국공립 공연장, 장애인 쿼터제 도입해야”
-정부가 공연장 등 전국 국공립 문화시설의 접근성을 조사해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김) ‘이음’만 해도 주차시설이 많지 않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는데 당장 주차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공연장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주차 공간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 화장실, 휴게실, 복도와 계단 등 장애인을 배려한 곳이 많지 않다. 공연장에서 일하는 스태프와 직원들을 상대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도 해야 한다.
이전부터 우리는 전국의 국공립 문화시설의 장애인 접근성 조사와 단계적 개선을 요청했다. 특히 장애인이 참여하는 전시와 공연의 경우 1년 중 일정 기간을 의무적으로 장애예술인에게 할애하는 의무할당제(쿼터제) 도입을 요청했다. 반드시 정책으로 반영돼야 한다. 아울러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 교육·창작 공간을 포함해 장애예술인 육성과 교육을 담당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연륜이 쌓인 장애예술인이 후배들을 발굴, 교육, 육성토록 한다면 장애예술계가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고)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장애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듣고 있다. 공연장마다 휠체어 주차장,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장치 등이 완비될 필요가 있다. 장애예술인 등록제도 활성화돼야 한다. 3년간 활동 이력이 있고 개인 작품이 있으면 우리도 동등하게 예술인으로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서울 충정로에 장애예술인의 창작과 공연 활동을 돕는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이 조성되는 것을 환영한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이런 공연장이 더 많이 들어섰으면 좋겠다.

-장애예술인 발굴과 교육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정책도 필요해 보이는데?
=(김) 처음 무용계에 뛰어든 뒤 1시간짜리 안무를 짜는 데까지 12~13년이 걸렸다. 일반 예술가가 초·중·고교를 거쳐 첫 작품을 발표하는 시간과 비슷하다. 즉 장애예술인을 위한 초·중·고교 공교육 시스템이 각 지자체에 조성돼야 한다. 발굴·육성·교육은 물론 학생들이 졸업 후 예술인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정책이다.

-이 밖에 장애예술인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과제가 제대로 추진됐으면 한다. 아울러 장애예술인지원법이 명문으로 힘을 발휘하고 이를 근간으로 하는 세부 법 조항들이 만들어져 신속한 정책 입안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고)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이 무대에 서고 관람하는 등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장애예술인이 경력을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단체나 조직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김미영 기자

아름다운 다름
예술로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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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고아라는 누구?
‘우리나라 휠체어댄스스포츠 1세대’ 김용우 씨는 1999년 캐나다 어학연수 도중 로키산맥 여행에서 차량 전복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중도장애인인 그는 “척추의 70%가 손상돼 더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열심히 운동하고 치료하면 다시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3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2002년 지인으로부터 휠체어댄스스포츠를 소개받은 뒤 본격적으로 휠체어댄스스포츠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5년 홍콩 아시아 댄스스포츠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 4년 연속 우승 등 우리니라에서 최초로 휠체어댄스스포츠라는 춤의 장르를 개척했다.
2009년 화려한 선수 생활을 은퇴한 뒤에는 휠체어 무용가이자 안무가, 공연축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에는 아내인 현대무용가 이소민 씨와 함께 케이휠댄스프로젝트를 설립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 무용수, 청각장애인 무용수, 비장애인 무용수와 함께 무용 작품 창작과 공연 활동을 기획·제작하며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한국장애인무용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발레리나 고아라 씨는 생후 4개월 때 고열 후유증으로 청력을 거의 잃었지만 어머니가 상대방의 말하는 입술 모양을 보고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구화’를 가르쳐준 덕분에 현재 비장애인과 대화할 때 대화 내용의 80%가량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고 씨가 무용을 시작한 건 일곱 살 때부터다. 홍천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덕원예고를 거쳐 경희대 무용과에서 학부와 대학원까지 마쳤다. 이후 2년간 공백기를 보내야 했지만 김용우 회장이 이끄는 케이휠댄스프로젝트 참여와 2018년 평창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을 계기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만삭인 고 씨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식은 발레이기 때문에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는 것이 소망”이라며 “출산 이후 내가 주축이 된 팀을 꾸려 작품을 만들어 공연도 하고 싶고 강의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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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rJ5NuIDDGJ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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