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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통
“돈보다 더 값진 인적 자산 얻을 수 있어요” 본문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서울 관악구 올드림 교육장에서 강영선(오른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구영원 대표가 김지훈·최민준 씨에게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위한 금융교육
대학생 최민준(가명·23) 씨는 광주에 있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할 때 1년에 한두 번씩 금융교육을 받았다. 저소득층 아동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이 뭔지, 자신의 통장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 예금과 적금 등 금융의 기초를 배웠다.
“그때는 아동양육시설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서인지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에 교육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오롯이 제가 책임을 져보니까 금융교육이 절실해지더라고요.”
최민준 씨는 2021년부터 올드림이 교보생명 교보다솜이지원센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함께 시작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금융교육’을 2년째 받고 있다.
자립활동비 100만 원 받아 투자
지난 6월 25일 서울 관악구 올드림 교육장에서 최민준 씨는 미리 작성한 자립활동비 계획서를 발표했다. 올드림은 4회차까지 의무 교육을 이수한 교육생에게 자립활동비(자립활동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한다. 최 씨는 100만 원의 70%는 청년희망적금과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저축에 불입하고 나머지 30%는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며 “청년희망적금은 가입만 하고 형편이 어려워 아예 잊고 살았다. 이율이 5~6%로 높기 때문에 다시 지속적으로 저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영선 올드림 공동대표는 “교육생에게 100만 원씩 자립활동비를 지급하는 금융교육은 올드림이 거의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자립활동비로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한 수익과 손실 모두 교육생 몫이라 더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의무 교육을 마친 뒤에는 일대일 컨설팅(상담)이 이뤄진다. 구영원 올드림 공동대표는 “교육생이 실습할 계획서를 작성해 오면 선택한 금융상품이 맞는지, 지금 재무 상황에서 앞으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지 컨설턴트(상담사)가 확인한다”며 “이후 투자 상황까지 주기적으로 점검한다”고 말했다.
2021년 교육을 받았던 회사원 김지훈(가명·26) 씨는 “학교에서 받던 금융교육과 달리 컨설턴트 선배가 일대일로 내가 작성한 계획서의 근거가 타당한지 확인하면서 안정형에 가까운 내 투자 성향까지 살펴주는 점이 좋았다”며 “투자한 주식 종목에서 손실이 많이 났을 때 대표님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종목을 변경해 손실을 조금 만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일대일 컨설팅을 받으며 김지훈 씨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정서적 공감이라고 했다. “일반 아동은 한번 실패해도 기댈 구석이 있다고 하잖아요. 부모님이라든지 버팀목이 있는데 저희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실패했을 때 뒤가 없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컨설턴트 선배가 그런 정서적 측면까지 배려해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구영원(왼쪽)·강영선 올드림 대표를 비롯해 컨설턴트 모두 자립준비청년 출신이다.
선배가 컨설팅해 정서적 공감 장점
교육생뿐만 아니라 구영원·강영선 대표를 비롯해 컨설턴트 모두 자립준비청년 출신이다. 구 대표는 “시설에서 퇴소한 선배들이 사회에서 겪은 자립 경험을 토대로 금융교육과 자립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했다.
2021년에 교육이 끝났지만 컨설턴트 선배들한테 지금까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김지훈 씨는 “자립활동비 100만 원을 보고 이 교육을 신청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100만 원보다 더 값진 인적 자산을 얻을 수 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교육을 개발한 계기를 묻자 구 대표는 “시설에 찾아가서 후배들을 많이 만났는데 한 달 용돈이 2만~3만 원에 불과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 한 편 보면 끝이고 생일 파티에 못 가니 친구를 아예 안 사귀는 후배들도 있어요. 계획적 소비 습관이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인데 만 18세가 돼 보호가 종료되면 자립정착금 등 목돈이 갑자기 생깁니다. 지금까지 금융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사회에 홀로 나온 후배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금융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내다 2년 전 보호가 종료된 대학생 박서연(가명·21) 씨는 “보육원에서는 용돈을 조금씩 받아 쓰는 입장이어서 금융 쪽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가 퇴소한 뒤에는 커피나 디저트에 돈을 막 쓰게 되더라. 여기서 금융교육을 받으며 내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고 ‘이렇게 막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씨는 “자립정착금이 500만 원이었는데 우리한테는 되게 큰돈이다. 통장에 처음 보는 액수가 딱 찍히니까 돈이 많다고 생각해 도박 등으로 탕진해 빚까지 쌓인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강영선 대표가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올드림
퇴소 뒤 급격한 변화에 우울증도
자립준비청년은 대학 진학 등 일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만 18세가 되면 자립 준비 정도와 무관하게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가정위탁 등 살던 곳을 떠나 혼자 살아가야 한다. 최민준 씨와 같은 보육시설에서 생활한 동생들도 대부분 만 18세에 퇴소했다.
“동생들한테 한 번씩 연락이 와요. 어린 나이에 놀고 싶은데 일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힘들겠죠. 어떤 동생은 사고가 나서 경찰서에 갔는데 연고자가 없잖아요. ‘나는 왜 부모님이 안 계셔서 이런 불이익을 받아야 하냐’고 막 울면서 전화하더라고요.”
구영원 대표는 보호가 종료된 뒤 갑작스러운 변화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2021년 교육생 가운데 퇴소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있었는데 갑자기 교육에 나오지 않고 전화를 해도 안 받았어요. 전에 있던 시설에 전화해봤더니 얼마 전 수술을 받은 뒤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나중에 연락이 돼서 교육을 잘 마쳤는데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내는 친구도 많다고 들었어요.”
박서연 씨는 보호기간 연장을 원했지만 대입 재수를 하는 바람에 만 18세에 퇴소할 수밖에 없었다. “재수하면서 밥도 제가 해결해야 하고 빨래부터 집안일까지 다 해보니 누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다른 재수생들은 진짜 공부만 하고 옆에서 부모님이 영양제 등 엄청 챙겨주는 거 보니까 어느 정도 보살핌이 있으면 좋겠구나 생각했어요.”
▶6월 15일 경기 안양시 자립준비청년 채용 기업인 브라더스키퍼에서 강영선(오른쪽 넷째부터)·구영원 올드림 대표 등 자립준비청년 기업가와 활동가들이 최상대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셋째) 등 정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만 18→24세까지 보호기간 연장
2022년 6월 22일부터 자립준비청년은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만 18세에 달할 때 보호 종료가 원칙이던 종전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서연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에 진학해 공부할 생각이 확고했는데 대학에 바로 합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고 해서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에 보호기간이 늘어나 후배들에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영원 대표는 “법이 개정돼 후배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긴 한데 기존 시설이 보호기간이 늘어난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정부가 잘 살펴 시설 지원도 함께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7~8세 때부터 강원도의 위탁가정에서 생활했던 김지훈 씨는 대학에 합격한 뒤 자립준비청년 담당자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제가 어렸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죠. 자립준비청년 담당자가 신경 써야 하는 인원이 너무 많거든요.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든 친구도 많을 텐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담당자 인원을 더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정부, 자립준비청년 생활지원 확대
정부는 자립수당, 아동발달지원계좌, 자립정착금 등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생활안정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자립수당은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에게 매달 30만 원씩 지급한다. 2022년 들어 정부는 지급 대상을 8000명에서 1만 명으로 늘렸고 지급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또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는 정부가 월 10만 원 한도 내에서 분담(매칭) 적립하는 비율을 저축 금액의 2배(1:1→1:2)로 상향 조정했다. 사회에 진출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1인당 500만 원씩 지급하던 자립정착금도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대 1500만 원까지 늘어났다.
아울러 자립준비청년에게 생활 전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은 현재 12개 시·도에서 5개 시·도를 추가해 모두 17개 시·도로 늘릴 계획이다. 각 기관에는 자립지원 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기관장 1명과 자립지원 전담인력 1명 이상을 두도록 새롭게 규정했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사 1급이나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을 취득한 뒤 사회복지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 기관장이 되도록 했다.
배금주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자립준비청년이 만 24세까지 충분히 자립을 준비한 뒤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호 종료 이후에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촘촘하게 사례관리를 함으로써 자립준비청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qQIk1IDDGJ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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