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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횡단보도 못 건넌다?… ‘규제’ 때문에 본문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경제계가 생각하는 규제혁파 과제는?
“이 토끼를 잡자, 저 토끼를 잡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규제가 필요해서 생긴 게 아니겠나. 규제 자체를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 사업을 더 잘할 수 있게 걸림돌과 불필요한 간섭을 없애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7월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개별 규제에 초점을 맞춘 땜질식 처방이 아닌 구조적인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한상의는 산업융합촉진법 등 법령에 근거한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기업의 규제 애로 해소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발언은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의가 앞서 정부에 규제개혁을 전면적으로 요청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대한상의는 그동안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 및 회원 기업, 72개 지방 상공회의소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규제에 관한 의견을 모아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과제’ 보고서를 7월 4일 정부에 전달했다. 대한상의는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절박한 상황을 정부에 전달하고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규제혁신을 추진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신산업, 현장 애로, 환경, 보건의료, 경영일반, 입지 등 여섯 가지 핵심 분야 100개 과제가 담겼다.
자율주행 로봇·전기차, 기술 있어도 못 써
첫 번째 핵심 주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전기차, 공유경제 등 신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규제혁신이다. 대한상의는 신산업과 관련한 총 26개 과제를 제시하면서 “신산업 분야에는 낡은 법 제도가 그대로 남아 있고 관련 규제가 여러 부처에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로봇은 미국 등 선진국을 필두로 활성화돼 2021년 이미 세계시장규모 2조 원을 넘어선 첨단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선 1960년대에 제정된 도로교통법상 ‘차마’로 분류돼 보도·횡단보도에 진입할 수 없고 공원녹지법상 공원 출입도 제한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AI 학습 및 충돌 방지를 위한 로봇 카메라 영상 촬영도 할 수 없다.
전기차 무선충전기술 역시 전파법·전기생활용품안전법·자동차관리법상 아직 관련 기준이 없어 상용화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두 가지 기술 모두 규제를 일시적으로 유예해주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장은 “기업은 낡은 제도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답답해한다”면서 “특히 신산업 분야는 얼마나 일찍 제품을 내놓는지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법 제도가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장 애로 분야에선 공장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인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와 관련한 어려움이 제기됐다.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산업 부산물을 활용한 시멘트 원료 생성 기술 등이 이미 개발됐지만 폐기물재활용업으로 분류돼 인허가 취득과 사업화에 제한이 있다는 거다.
환경 분야에선 기후변화 등에 대응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친환경 기술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규제들이 도마에 올랐다. 일례로 연구개발물질 한 개를 수입할 때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세 가지 법령에 따라 각기 다른 기관에 행정 서류를 제출해야 해야 하며 친환경 기술인 열분해유(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 원유) 제품은 별도의 제조 규격이 없는 탓에 시장에 나올 수 없어 재계에선 관련 규제에 대해 개선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대면 진료 OECD 32개국 허용하는데…”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 등은 보건·의료 분야 규제개혁의 뜨거운 감자다. 비대면 진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2개국이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코로나19로 약 550만 건의 진료가 한시적으로 이뤄졌지만 국가위기경보 단계가 낮아지면 다시 불가능해진다.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반대편에선 오진이나 약물 오남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아직은 이르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헌 실장은 “글로벌 비대면 진료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는데 우리는 시장 진출조차 어려워 이는 국제 정세와 동떨어진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라면서 “정부는 의료기술과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는 배당소득 이중과세 해소, 근로시간제도 개선, 유턴기업(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복귀한 기업) 지원제도 개선, 사업장 안전 중복규제 해소 등 경영일반 분야 규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소득을 받을 때 국내와 현지 모두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 이중과세 문제에 대해 영국 등처럼 정부가 전액 비과세를 적용해야 사내 유보소득을 모기업에 배당하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는 기업이 해외 자회사가 있는 현지에 법인세를 낸 뒤 국내 모회사에 배당을 하면 이 배당금이 모회사 소득에 포함돼 재차 법인세를 내야 하는데 이때 자회사 지분율이 100%일 때만 배당금 전액에 대해 과세가 면제되고 나머지는 지분율에 따라 30~50%만 면제된다.
마지막으로 입지와 관련해선 산업단지 개발 시행사인 기업이 개발 목적을 바꿔 신산업 분야에 투자하고자 할 때 공장 설립 완료 신고 후 5년이 지나야 토지·시설을 처분할 수 있는 등의 규제로 신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입주 요건 등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
정부, 민관합동 경제 규제혁신 TF 출범
대한상의는 이 같은 여섯 가지 분야의 규제개혁 과제와 더불어 자동차 무선 업데이트(OTA)와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상쇄배출권 확대 등과 같이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만으로 개선 가능한 과제의 경우 당장 가시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별 건의와 규제혁신과제 해결을 중심으로 접근하되 장기적으로는 개별규제를 하나하나 고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불합리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여러 규제를 찾아내 과감히 폐지하고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새 정부는 규제혁신을 범정부 과제로 격상하고 추경호 부총리와 각 부처 장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7월 출범한 경제 규제혁신 전담조직(TF)을 중심으로 본격 규제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현장에서 대기하는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규제를 한두 가지 풀어주면 당장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것들이다”라면서 “가능한 수준에서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조윤 기자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qBmMVUDDGJ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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