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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 중 ‘21세기 산업의 쌀’ 확보하라

기부니좋은날 2022. 7. 12. 11:46
안녕하세요. 기부니좋은날입니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2021년 12월 9일 경기 성남시 반도체산업협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1회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 | 산업통상자원부

세계 반도체산업 현황
“반도체산업 육성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주권에 관한 문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022년 2월 8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유럽 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럽 반도체법(The European Chips Act)’ 제정안을 발의하는 자리였다. 반도체법 발의와 함께 EU 회원국에서는 2021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급증하고 관련 기업의 크고 작은 투자 계획이 줄을 이어 발표되고 있다. 유럽에서 반도체 붐이 본격화한 신호다.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이나 법령을 내놓은 곳은 유럽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에서도 정부가 나서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는 경제성장과 사회 혁신의 핵심
2021년 이후 반도체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국가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실태 파악과 재편 추진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을 경제성장과 사회 혁신의 핵심 기반이자 동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률을 높이려는 흐름도 세계 어디서나 같다. 반도체 개발에서부터 생산, 소비까지의 가치사슬을 역내에 집중시키려는 의도를 주요국들은 숨기지 않고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개입하겠다는 것 또한 공통적인 특징이다. 반도체는 단순한 교역 품목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생존에 필요한 전략 물자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와 경제안보의 관점은 유럽의 반도체법 도입 배경과 목적에서 잘 나타난다. 유럽의 반도체 수요는 전 세계 수요의 약 20%(202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급 능력은 세계시장의 10% 선이다. EU 27개 회원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전부 합쳐봐야 한국산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20%)의 절반에 불과하다.
반도체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럽 경제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잦은 공급망 교란과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반도체 수요가 많은 자동차, 정보통신기기, 전자 등 유럽의 주요 제조업에 생산 적체를 심화시켜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디지털전환과 비대면 경제의 가속화에 대한 유럽 전체의 대응 능력이 떨어진 원인도 반도체 수급의 불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반도체법 시행을 통해 2030년까지 430억 유로(약 58조 원)의 투자를 끌어내 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미래 첨단 반도체 연구 및 기술 개발에서 주도권 강화, 유럽 내 최초 생산설비 투자에 대한 공적 지원 근거 수립, 반도체 가치체계 전 과정을 포괄하는 환경·보안 기준 마련, 대학 반도체학과 등을 통해 인재 양성 프로그램 지원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또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회원국 간 정보 교류를 촉진하고 신속한 위기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상설 기구로 ‘유럽반도체위원회(ESB)’를 설립하기로 했다. 유럽 반도체법은 앞으로 유럽의회와 이사회 동의를 거쳐 이르면 2023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EU 법안은 회원국 개별 국가의 법률에 우선해 적용된다.



미국, 국내외 주요 기업 투자 적극 유치
미국의 반도체 제조 기반 강화 전략은 유럽보다 더 공격적이다. 2020년 6월 미국 의회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 확대를 위해 ‘미국 반도체법(C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우리나라와 대만 등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으로 국내외 주요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내용이 법안의 핵심이다.
이 법안은 의회 심의 과정에서 폐기됐으나 2021년 국방수권법에 핵심 내용의 일부를 반영했다. 또 2021년 4월에 발의한 ‘미국 혁신 및 경쟁법(USIC)’에서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해 5년 동안 520억 달러(약 67조 원)의 예산 투입 방안을 공개했다. 반도체 제조·조립·테스트·패키징 시설의 신축 및 현대화 사업에 390억 달러, 첨단 미세공학 기술개발 지원에 105억 달러, 산학 협력사업 지원에 20억 달러, 동맹국과 공동 공급망 구축 기금 설치에 5억 달러 등 분야별 예산 배분 계획도 마련했다.
2021년 6월에 발의된 ‘반도체 산업 촉진법(FABS)’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 확대를 꾀하는 법안이다. 반도체 제조 설비와 장비 투자에 대해 최대 25%까지 세액을 공제하고 공장 또는 연구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는 최대 30억 달러(약 3조 87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이런 파격적인 지원 법안이 발의된 뒤 인텔,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대대적인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7월 현재 혁신 및 경쟁법과 반도체산업 촉진법안은 미국 하원에 계류 중이다.



중국, 2030년 세계 최고 수준 도약 목표
일찌감치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2014년 발표한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에서 반도체를 정보기술 분야의 핵심이자 경제·사회 발전과 국가안보를 지탱하는 전략적 선도 산업으로 규정하고 내수시장의 우위를 활용해 선진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2015년에 마련한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당시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 2030년에는 중국 반도체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약 67조 원 규모의 투자 기금까지 조성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으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2020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 생산분을 제외한 순수 중국 기업 자급률은 6%대 수준이다.
중국이 반도체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는 미국과 통상 마찰, 미국 정부의 각종 제재 탓이 크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중국의 기술개발과 투자는 오히려 더 왕성해지고 있다. 중국은 2021년 3월에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은 물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반도체 관련 전후방 산업 전반의 공급망 안정을 위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특히 미국의 견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나서고 연구개발 투자는 3세대 반도체에 적용할 설계 소프트웨어(EDA), 고순도 소재, 주요 제조 장비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본·대만도 국가적 역량 총동원
일본과 대만 역시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 경제안보법이 참의원을 통과했다. 2023년부터 2년 동안 단계적으로 시행할 이 법안은 2021년 6월 일본 정부가 제시한 ‘반도체 전략’을 담고 있다. 첨단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 반도체 제조 기반의 재생, 반도체 기술의 환경친화적 혁신(그린 이노베이션), 반도체 설계 능력 강화 등이 전략의 주요 내용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필수 품목의 통상 문제는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대외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소재 부문의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으나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굳힌 듯하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 기반의 활성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전략은 자국 기업 지원보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 기업의 입지 지원을 위해 일본 정부는 2021년 11월에 ‘반도체산업 기반 강화을 위한 긴급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패키지에 따라 일본 정부는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기로 한 공장 건설 사업비 8000억 엔(약 7조 7229억 원) 가운데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만 정부는 이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의 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에서 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복귀(리쇼어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쇼어링 기업과 함께 반도체 관련 중견·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도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대만 정부는 규제완화, 인력 양성, 연구개발단지 확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지능형 반도체 제조 공정 및 칩 시스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2021년 4월에 발표하고 차세대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다.
인도도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100억 달러 지원책을 발표했다.
‘21세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설계와 제조가 복잡하고 제품의 구성과 용도도 다양해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 독점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없다. 공급망의 상호 의존성은 반도체산업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반도체 관련 재료, 장비, 제품의 교역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주요국 간 경쟁은 이런 국제분업 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 세계 반도체 시장은 국제분업을 통한 자유무역과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대를 거치고 있다.

박순빈 기자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pWdxOYDDGJ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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