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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통
“학폭 예방 위해 방관자 아닌 방어자 되자” 본문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9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해성여고 대강당에서 학생들이 댄스 퍼포먼스 <방관의 탈을 벗어라>를 공연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위헬프’ 프로그램
조명이 켜지자 무대에서 학생 여러 명이 가면을 쓴 채 춤을 춘다. 다들 하얀 가면인데 한 명만 검은 가면이다. 가면을 쓰지 않은 학생이 등장하자 검은 가면을 쓴 학생이 그를 괴롭힌다. 나머지 학생들은 주위를 맴돌며 그저 바라만 본다.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 쓰러지자 다른 학생이 달려와 울부짖는다. 나머지 학생들은 하얀 가면을 벗고 검은 가면을 쓴 학생을 둘러싼다. 검은 가면을 벗겨버린 뒤 서로를 응시하던 학생들은 다 같이 무대 앞으로 나와 “짜증 나”, “재수 없어”, “넌 빠져” 등이 적힌 마분지를 하나씩 든다. 한꺼번에 마분지를 뒤집자 “당신도 방관자가 아닙니까? 지켜보지 말고 지켜주세요”라는 문장이 연결된다.
9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해성여고 대강당에서 1, 2학년 학생 10명의 무용극(댄스 퍼포먼스) <방관의 탈을 벗어라>가 끝나자 전교생 600여 명이 큰 박수를 보냈다.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비영리민간단체 푸른나무재단과 함께 마련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위헬프’다. 진행을 맡은 주세환 아나운서는 “학생들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더는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자’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맨발의 투혼과 표정 연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푸른나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래퍼 아웃사이더가 학생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등장했다. 초당 17글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랩을 하지만 어릴 때는 발음이 콤플렉스였다고 털어놓았다.
“시옷 운율로 콤플렉스 이겨내”
“여러분만 했을 때 내 별명은 ‘시옷’이었어요. 시옷(ㅅ) 발음이 새서 번데기(θ) 발음이 났거든요. 말만 하면 시옷이라 놀리니까 대화하는 게 두려웠어요. 따돌림도 당했고 너무 힘들어서 삶을 끝내려는 시도도 두 번 했어요. 그러다 결심했어요.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말을 더 많이 하기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고 노선을 보면 빠르고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연습했고 가사를 쓸 때는 시옷이 들어가는 운율을 일부러 썼어요. 발음이 안돼 놀림당했던 시옷을 오히려 대놓고 더 많이 쓴 거죠.”
콤플렉스였던 시옷을 꺼내놓기 시작하자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네 시옷 발음이 남들이랑 좀 다른 거 같아”, “괜찮은 거 같아”, “멋있는 거 같아”, “네 시옷 발음은 특별해”….
“여러분도 숨기고 있는 상처나 아픔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꺼내놓으면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놀릴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건 다른 거지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특별할 수 있어요. 다름이 놀림거리나 폭력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가 폭력을 방관해선 안되는 이유는 한번 폭력을 행하기 시작하면 언어폭력이든 실제 폭행이든 습관처럼 저지르게 돼요. 한번 용인하면 받아들이는 것도 습관이 돼요. 여러분이 방관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방관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힘들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거죠. 우리는 어찌 됐든 폭력을 마주했을 때 피하지 말고 이겨내야 해요.”
▶래퍼 아웃사이더(오른쪽)가 강연을 마친 뒤 주세환 아나운서와 함께 학생들의 고민이 담긴 쪽지를 읽고 답하고 있다.
“단점 없애기보다 개성으로 키우길”
강연이 끝나자 해성여고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쪽지에 적어 래퍼 아웃사이더에게 전달했다. 미술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한 학생은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리고 난 뒤 보면 제가 그린 그림의 단점이 너무 잘 보여요. 도중에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웃사이더는 그 학생에게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 전시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그림이 전시됐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아 단점투성이인 그림인데 왜 이게 여기 걸려 있을까?’ 의아했지만 자신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아무리 단점을 보완해도 전문교육을 받은 화가보다 더 잘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거면 그냥 나의 그림을 그려보자. 콤플렉스투성이의 그림도 그려보고 내 부족한 점들이 더 부각되는 그림도 그려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러자 어느 순간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구매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아웃사이더는 “기본적 교육과 공부는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단점을 무조건 없애려는 것보다 또 하나의 개성과 무기로 키워나가면 더 솔직한 좋은 그림이 되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이수민 학생이 전교생 앞에서 중학생 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친구들 덕에 힘들었던 중학 시절 잊어
아웃사이더와 대화가 끝난 뒤 해성여고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상영이 끝난 뒤 세 명의 학생이 무대에 직접 올랐다.
이수민 양은 중학교 1학년 때 급우 한 명 때문에 학창 시절을 괴롭게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사소한 이유로 괴롭히던 그 친구는 2학년 이후 다른 반으로 갈라졌지만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그 친구를 피해 해성여고로 진학하면서 새 출발을 꿈꿨으나 아는 친구가 아무도 없어 두려움도 컸다. 다행히 같은 반에 함께 배정된 친구들은 발랄했고 같이 지내며 학교에 다니는 게 즐거워졌다.
“2학년에 올라와 친해진 친구들도 굉장히 좋은 에너지를 줘 옛날 기억도 거의 다 잊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살면서 학교생활을 이렇게 재미있게 보낼 줄 몰랐어요.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한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수민 양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 서연 양은 쪽지에 “내가 아는 너는 정말 당당해서 과거에 힘들었던 일이 있을 줄 몰랐어. 그 시간을 버틴 건 너였기에 가능했어.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이토록 멋진 내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적었다.
수민 양은 “짧게나마 내 이야기를 하고 예전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니 마음이 후련해지고 완전히 벗어난 것 같아 행복하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세환 아나운서(왼쪽부터)와 이수민·김근영·김이담 학생이 친구들의 응원 쪽지를 읽고 이야기하고 있다.
▶래퍼 아웃사이더가 외롭고 상처받은 감정을 가사로 쓴 ‘외톨이’를 학생들과 함께 부르고 있다.
성적·미래 등 여러 고민 나누고 응원
작가를 꿈꾸는 김근영 양은 문예창작과를 진학하고 싶지만 1학년 때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와 수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시도 힘들어요. 영어학원에서는 가끔 심한 말도 듣고 국어는 한두 번 읽다 보면 계속 졸리고 점수가 안 오르는 수학은 놔야 하나 생각도 해요.”
그럼에도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지금은 성적이 안 올라도 계속 노력하다 보면 나중에 오를 수 있잖아요. 여러분 가운데 ‘나 너무 힘들어서 공부 포기하고 싶다’, ‘그냥 대학 가지 말고 백수로 살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우리 같이 조금만 더 노력해보면 좋겠어요.”
근영 양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 은서 양은 “학교 밖 사람들과 경쟁하는 정시 공부가 힘들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고민과 다짐을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어. 옆에서 지켜본 너는 진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작가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야”라고 적었다.
김이담 양은 고민이 없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고민이 없다는 건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없는 게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 얼렁뚱땅 사는 게 아닐까, 죽을 때까지 아무 발전 없이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불안해했다. 이담 양의 친구는 “고민이 없다는 건 네가 지금 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는 거”라며 그대로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응원했다.
해성여고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담당하는 문현필 음악교사는 “겉으로는 아무 걱정 없어 보이던 학생들도 다양한 고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우리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교폭력이 근절되어야 한다. 이런 좋은 자리를 계속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정부,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운영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 민간단체와 함께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운영한다.
10월 19일 부산에서 KBS미디어와 함께 여는 학교폭력 예방 릴레이 토론에서 최근 학교폭력 실태와 예방 정책을 소개하고 학생, 학부모, 교원뿐 아니라 유명 인사가 토론자(패널)로 참여해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한다.
비영리민간단체 푸른나무재단은 전국 51개 학교에서 연극과 강연회 등을 연다. 참여연극은 학교폭력 상황의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가 갖는 고민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일부 학생은 등장인물로 직접 참여해 소통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9월부터는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를 활용한 체험형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 ‘사이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범 운영 기간 전국 173개 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도전 과제를 단계별로 수행하고 사이버상에서 존중과 공감, 자기조절 역량 등을 익힐 수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학교폭력 상황에서 방관하지 않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실천 중심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sgZkkYDDGJ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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