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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통
상담→현장 직업훈련→고용 연계 중증장애인 취업길 활짝 열었다 본문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중증장애인 취업 돕는 ‘퍼스트잡’
중증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중증장애인도 현장 중심의 직업훈련을 제대로 받으면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를 사업화했다. 그 결과는 놀랍다. 중증장애인이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니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등과 함께 진행하는 중증장애인 취업 활동 현장을 취재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곤충이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까 익숙해졌어요. 이제는 무섭지 않고 잘할 수 있어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늘해랑보호작업장’. 이곳에서 발달장애인 이이(28) 씨가 근무 중이다. 이 씨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현장 중심 직업훈련 프로그램 ‘퍼스트잡(First Job)’을 통해 취업 상담과 함께 현장에 필요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자립 역량을 키웠다. 곤충시료 선별사로 일하는 그는 이날도 곤충시료 작업이 한창이었다. 곤충시료 선별사는 곤충 연구와 관련해 야생에서 채집한 곤충시료를 1차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업무다.
이 씨는 전국 각지 야생에서 공수한 곤충과 낙엽이 섞인 통에서 곤충들을 골라 깨끗이 씻어냈다. 이어 곤충들을 비슷한 종류와 크기별로 모아놓고 핀으로 고정해 건조시키는 작업을 했다. 곤충이 다소 징그럽거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그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이 씨가 일하는 늘해랑보호작업장의 김호연 직업훈련 교사는 “직업훈련을 받는 장애인 중에는 ‘곤충 분류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싶다’고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 씨는 새로운 직무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런 면에서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차이가 났으며 업무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곤충시료 선별사로 일하는 발달장애인
이 씨에게 곤충 선별 작업에서 힘든 점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곤충이 무섭기도 했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하지만 고개를 오랫동안 숙이는 게 힘들고, 집중해 작은 곤충을 봐야 하니까 눈이 피로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함께 일하는 장애인 동료들과 협업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의 직업훈련을 돕고 있는 김호연 교사는 “현재 곤충시료 작업을 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3명이며 함께 일할 때도 있다”면서 “이 씨는 함께 작업하는 동료가 모르면 나서서 알려주기도 하고 ‘일이 끝났다’, ‘다른 사람들은 일이 남았다’ 같은 보고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동료들과) 같이 앉아 일할 때는 서로 신경 쓰기도 하고 가끔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렇지만 재미있고 좋다”고 덧붙였다.
온갖 나뭇잎 속에서 분류한 곤충은 ‘○○산 ○○마을’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표본함에 가지런히 놓는다. 이는 이 씨가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다. 그는 기본적인 인지능력도 있고 의사소통 능력도 좋다.
김 교사는 곤충시료 선별 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곤충에 대한 거부감 없는 태도’와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꼽았다. 이 능력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이 바로 이 씨였다.
김 교사는 “이 씨의 장점은 어떤 작업이든 시도하려는 마음가짐과 태도였다”며 “뭐든 관심을 갖고 적극성과 자발성을 보였다. ‘저는 못 해요’라는 답변을 하지 않고 웃으면서 참여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별박이자나방 표본
▶안면용둥굴레 표본
“중증장애인 취업 직종 다양하게 늘려”
이 씨가 늘해랑보호작업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5년이다. 훈련생 신분으로 직업훈련을 받던 2020년 곤충시료 선별사 양성훈련에 참여했고 2021년 늘해랑보호작업장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됐다.
이 씨가 중증장애인임에도 정규직 근로자로 취업할 수 있게 된 이유는 2020년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함께 진행한 ‘곤충시료 선별사 양성과정 현장 중심 직업훈련 확대사업’ 덕분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직업재활팀 이다흰 대리는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한국장애인개발원은 협약에 따라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사업을 확대했다”면서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곤충시료 선별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리는 “곤충시료 선별 작업은 그동안 연구자나 대학생 등 단기 인력이 참여했지만 시료량과 일손이 부족해 고민이었다”면서 “국립공원공단이 2019년 원주시 소재 장애인보호작업장 중증장애인 4명에게 곤충시료 교육을 시행한 결과, 선별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곤충시료 선별사 현장 중심 직업훈련은 직업재활시설 내 훈련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현장 중심 직업훈련을 실시한 후 취업으로 연계하는 사업이다. 훈련 기간 중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훈련지원인 인건비와 사업비를 지원하고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전문교육과 훈련수당을 지원한다. 직업훈련 기간(최대 6개월) 동안 훈련지원인과 중증장애인이 1 대 2로 연결된다.
2020년 참여한 훈련장애인은 총 10명이고 2021년 10명 모두 장애인 근로자로 전환됐다. 2021년 참여한 훈련장애인 역시 총 10명이고 2022년 4명이 장애인 근로자로 전환됐다. 2022년 현재 훈련 참여자는 총 4명이다. 2021~2022년까지 취업이 유지되고 있는 인원은 총 13명이고 취업자는 1년 단위 근로계약으로 4대 보험과 최저임금을 보장받는다. 이 중 이이 씨는 정규직으로 고용됐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장 중심 직업훈련 확대사업은 앞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전망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 대리는 “이 사업은 중증장애인도 곤충시료 선별사로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과 중증장애인 취업 직종을 다양하게 늘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연구 분야에서 선별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곤충시료 선별사가 하나의 사례가 돼 다른 분야에서도 장애인 전문 일자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들은 사업 예산이 확보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이 씨가 곤충 선별 작업 중 홍단딱정벌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일하는 게 좋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이 씨가 훈련생으로 있을 때와 비교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교사는 “지금은 직장인이 됐기 때문에 월급 관리와 건강관리 등을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면서 “정규직 직원이기 때문에 퇴직할 때까지 신분이 확실히 보장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이 씨 역시 “현재의 직무에 만족한다. 마음에 든다”며 “기분이 매우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씨는 작업장 안에서도 동료들에게 인기가 높고 평판도 좋다. ‘일상생활, 직무수행, 작업 습관, 사회성’ 측면을 두루 봤을 때도 ‘사회성’ 부문의 평가 점수가 항상 높게 나올 정도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성격이 밝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4대 보험과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직장인으로 사회의 일원이 된 이 씨. 그의 꿈은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 지금보다 잘하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자신과 비슷한 장애인 동료들에게 한마디를 전했다.
“일을 잘하지 못해도 옆에서 많이 도와줍니다. 곤충도 익숙해지면 무섭지 않아요. 열심히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돼요.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게 좋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요.”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공공기관 등서 3~6개월 직업훈련
지역사회 적응 훈련도 함께 받아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16년부터 근로 현장에서 중증장애인의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퍼스트잡(First Jo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퍼스트잡은 중증장애인이 기존의 시설 중심이 아닌 취업 현장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고용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공공기관, 제조업체, 카페, 병원 등에서 3~6개월 동안 훈련에 참여(훈련지원인 배치)하고 취업 후에도 수행 기관을 통해 지속적인 사후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직업훈련은 1일 최소 3시간 이상 주 5일 진행하며 3~6개월 훈련 후 필요시 최대 6년까지 훈련이 가능하다. 모든 직업훈련은 훈련지원인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지역사회 적응 훈련도 함께 받는다. 중증장애인 훈련생의 직업 능력뿐만 아니라 사업체의 수요까지 고려해 중증장애인의 취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취업률을 높인다. 특히 직업훈련 시 중증장애인이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4대 보험과 근로기준법 준수 등 조건을 살펴본다.
2020년부터 현장 중심 직업훈련 확대사업의 일환으로 ‘곤충시료 선별 직무훈련’을 새로 개발했다. 현장 중심 직업훈련 확대사업은 중증장애인이 원하는 새로운 직무를 개발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pHsAcDDGJM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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