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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위해 정책 수단 총동원 본문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에서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7월부터 대중교통 신용카드 사용분 소득공제율은 80%(100만 원 한도)로 두 배 올린다. 사진은 서울역 앞에서 버스에 오르는 시민들
물가에 중점 둔 경제정책방향
2022년 6월 우리나라 경제가 맞닥뜨린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복합 위기’다. 대내외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몰아친 결과다. 경제 활력이 약화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높은 물가 수준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돌발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둔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6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운용 방침을 밝혔다. 또 경제 관련 부처 수장들이 참여하는 경제장관회의는 이례적으로 휴일(6월 19일) 오후 소집돼 비상경제장관회의로 개편해 물가안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과 추진과제를 논의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은 세계적인 공급 쪽 상승 압박이 심화한 탓이어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일부 식량류와 원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세계 주요국에서 기록적인 물가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6%나 올라 1981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로존 국가들의 5월 물가 상승률은 평균 8.1%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공급 쪽 물가 압력 파급 영향 최소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도 5월에 5.4%까지 오르며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인 2008년 8월 5.6%를 기록한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을 시작으로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외식비를 비롯한 개인서비스 요금까지 물가 오름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물가 수준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서민 체감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5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앞으로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수치화 한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은 임금과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져 실제 물가의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신호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차단하고 억제하지 못하면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커지고 경제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경기 지표가 동시에 꺾였다. 3대 지표의 동반 하락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우선 대외적 요인에 따른 공급 쪽 물가 압력의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 상황이 1~2개월 내 끝나기 어렵고 상당 기간 고물가 속 경기 둔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민생 안정과 물가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철도 등 공공요금 연말까지 동결 원칙
새 정부 출범 뒤 첫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나온 물가안정 추진 분야는 공공요금, 석유류, 농축수산물 등 세 가지다. 공공요금은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원가 상승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기로 했다. 또 국제유가 상승의 국내 파급 영향을 최소화해 수요자의 고유가 부담을 덜어준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적극적인 수급 조절과 관리를 통해 가격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동결을 원칙으로 하고 공공기관이 자체 재정 여력 동원과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요금 인상 압력을 최대한 해결하기로 했다. 동결 원칙이 확정된 공공요금은 도로통행료(도로공사), 철도요금(코레일), 우편요금(우정사업본부), 광역상수도요금(한국수자원공사), 자동차검사수수료(교통안전공단) 등이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시행 중인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은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전기·가스 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 및 자회사, 가스공사는 경영효율화, 연료비 절감, 출자 지분 매각, 보유 부동산 매각 등 다양한 자구 노력과 함께 가격결정 체계의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의 소비세 15% 인하, LNG 할당관세 적용기한 연장 등으로 한전 그룹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 공공요금 또한 하반기 동결 기조 하에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얻어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동결 대상 지방 공공요금은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 봉투료, 시내버스 요금, 택시요금, 전철 요금 등이다. 행안부는 광역지자체와 물가 현안 점검 회의를 수시로 열어 동향을 점검하고 물가안정 관리 실적을 평가해 선정된 우수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 지원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적극적인 물가안정 활동을 유도하기로 했다.
▶가격이 치솟은 돼지고기에 대해 정부가 할당관세 물량 5만 톤 긴급수입으로 대응에 나섰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 한겨레
유류세 최대치 내리고 대중교통비 공제 두 배로
자영업과 서민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에 대해서는 판매가격에 따라붙는 탄력세율 조정과 보조금 지급 확대로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우선 현행 30%인 유류세 인하 폭은 7월 1일부터는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확대한다. 6월 16일 현재 전국 석유류 판매가격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에 따른 소비자 부담 경감액은 휘발유가 1ℓ당 57원, 경유 38원, 액화석유가스(LPG)는 12원이다. 유류세가 37%까지 인하되면 연비 10㎞/ℓ의 휘발유 차량을 하루에 40㎞씩 운행하는 가계는 월간 약 3만 6000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경유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송·물류업 종사자에게는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9월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유가연동보조금이란 경유 가격이 정부가 정한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50%를 경유 사용 화물차와 버스, 연안 화물선 종사자 등에게 지원하는 돈이다. 정부는 리터당 현행 1750원인 지급 기준가격을 1700원으로 인하해 7월부터 9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수급 대상은 화물 44만 대, 버스 2만 대, 연안 화물선 1300대 등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업계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에 대해 점검하고 일선 주유소를 대상으로 현장점검도 수시로 실시해 시장 교란 행위를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다.
고유가에 따른 일반 서민의 부담 경감 방안도 나왔다.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내·외 버스, 지하철, 기차 등의 신용카드 사용분 소득공제율을 40%에서 80%로 대폭 상향 조정한다. 대중교통 사용분의 소득공제 한도는 연간 100만 원이다.
또 2020년에 도입된 ‘알뜰교통카드’ 이용 확대도 추진한다. 알뜰교통카드는 보행 또는 자전거 이동 거리에 비례한 마일리지 지원으로 교통비를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카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최초 출발지에서 승차 정류장, 도착 정류장과 최종 도착지를 입력하면 사이사이의 도보 또는 자전거 이동 거리가 자동으로 측정·적립돼 마일리지로 환급받을 수 있다. 6월 기준 전국에 걸쳐 약 39만 명인 알뜰교통카드 이용자를 연말까지 45만 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 목표다.
감자·양파·마늘… 비축 물량 전부 푼다
농축수산물 가운데 주요 가격 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긴급수입과 비축물량 방출 등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한다. 감자, 양파, 마늘 등은 이미 6월 초부터 7월 말까지 비축물량 방출 일정을 잡았고 다른 부족한 품목이 파악되면 곧바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한 긴급수입에 나서기로 했다. 단기간에 수입 물량 증가나 재배면적 확대가 어려운 배추와 무는 출하조절 시설과 채소가격 안정제를 활용해 수급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금겹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치솟은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당관세 물량 5만 톤 긴급수입으로 대응에 나섰다. 우선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과 목심 등 1100톤이 기존 관세 8.6~22.5%가 아닌 0% 할당관세로 수입돼 6월 말부터 국내 공급되며 주요 육가공업체 8곳에서 7~8월 수입 일정으로 1만 톤 안팎의 할당관세 물량을 발주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하면 할당관세 물량을 5만 톤 더 추가하는 것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또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을 통해 할당관세 수입 물량의 할인행사를 열어 국내 돼지고기 가격의 조속한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요 농축산물 구입에 대한 가계 부담 경감을 위해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을 상대로 할인행사 지원사업에도 참여한다. 돼지고기를 포함한 달걀, 고추, 양파 등 24개 품목의 유통업체 할인행사에 대해 구매자 1인당 1만 원 한도에서 20%(전통시장은 30%) 할인해주는 쿠폰을 정부가 제공하는 방식이다.
외식업 원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되는 밀가루 가격 관리에도 정부가 적극 나섰다. 농식품부는 국내 주요 제분업체와 약정을 맺어 7월부터 12월까지 밀가루 가격 안정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확보한 546억 원을 투입해 제분업체의 가격 상승 요인분의 70%를 보전해주는 사업이다. 다만 농식품부가 매월 출고가격을 점검해 가격 인상 폭을 10% 이하로 억제한 업체만 지원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주요 품목의 수급 상황과 가격변동을 자세히 점검하며 가격 불안 조짐이 포착되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소관 품목의 가격 및 수급 동향에 대한 일일점검 체제를 가동하면서 물가안정에 즉각 기여할 수 있는 정책 과제를 신속하게 발굴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순빈 기자
[출처: 정책주간지 공감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o5pcbYDDGJ000&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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